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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야기

‘성탄절 항공대란’ …네 탓 공방

by terryus 2017. 12. 31.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해외 여행을 가려던 여행객들은 인천공항에서 ‘날벼락’을 맞았다. 짙게 낀 안개로 항공기 안에서 15시간을 보낸 승객을 비롯해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샌 승객도 많았다.
 영화에서 항공기가 눈보라나 화산재, 지진, 안개 등으로 이륙을 못할 때 갈 곳이 없는 여객들이 여객터미널 바닥에서 노숙을 하는 광경이 인천공항에서도 벌어진 것이다.

                                                                                                                                              인천공항 활주로 전경

 국토교통부와 서울지방항공청,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정부측 관계자들은 2001년 개항 이후 시정거리가 100m도 보이지 않는 ‘악성 안개’가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이륙시간에 4시간 연속 낀 것은 16년만에 처음이라고 는 말한다. ‘천재지변’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항공사들은 “천재지변은 맞지만 그동안에도 악성 안개가 많이 끼었지만 이렇게 ‘항공대란’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며 “정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컨트럴 타워’ 없는 관제 부실 탓도 있다”며 종합적인 점검과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지방항공청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유례없는 짙은 악성 안개로 인천공항에 취항하고 있는 88개 항공사 3063편 중 49%인 1499편이 지연 운항됐다고 밝혔다. 또 2%인 67대가 결항됐다.
 지연 운항은 항공기가 예정시간보다 1시간 이상 늦게 출발(국제선 기준·국내선은 30분)하는 것을, 결항은 예정된 항공기의 운항이 취소된 것을 말한다.
 지연·결항한 항공사는 대부분 국적항공사로, 전체의 80%인1209편이다. 결항된 국적항공사도 50편으로 75%를 차지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계류장

 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에어인천, 진에어, 에어서울,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8개 국적항공사가 인천공항을 기점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항공사들은 인천공항에서 이·착륙하는 항공기도 많아 지연·결항도 많은 것이다.
 제주항공은 247편 중 204편이 지연 운항돼 지연율이 82.6%에 달한다. 이어 티웨이항공은 119편 중 91편으로 76%, 이스타항공도 126편 중 88편인 69.8%, 대한항공 749편 중 449편인 59.9%, 아시아나항공 500편 중 279편 55.8%, 에어서울(아시아나항공 자회사) 78편 중 39편으로 48.7%, 진에어(대한항공 자회사)도 168편 중 55편 32.7%, 에어인천 6편 중 2편 33.3% 등이다.
 결항도 저가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이 24편으로 가장 많다. 이어 아시아나항공 11편, 진에어 6편, 대한항공 5편, 티웨이항공과 에어서울이 각각 2편씩이다. 
 외국항공사인 중국동방항공이 88편 중 41편, 중국남방항공이 90편 중 27편, 중국국제항공이 56편 중 19편, 캐세이퍼시픽이 38편 중 10편이 지연 운항됐다.

                                                                                                          저가항공사인 티웨이항공(기사와는 상관없습니다)

 이같이 3일 동안 무더기 지연 운항과 결항이 속출한 것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가시거리 75∼100m 정도의 악성 안개가 23일 오전 항공기 이륙시간대에 집중돼 “항공대란’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비롯해 서울지방항공청 등은 첫 번째 원인은 당연히 안개이며, 여기에 기종과 조종사의 자격 부족 등 항공사들이 비용절감 때문에 인천공항에 걸맞은 운영등급을 갖추지 못한 탓도 있다고 밝혔다. 
  인천공항은 가시거리가 75m에도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CAT(정밀접근등급)-IIIb 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일부 저가항공사들은 CAT IIIb 등급이 부착된 항공기가 없거나, 조종사가 자격을 갖추지 않아 인천공항의 CAT IIIb 등급은 저가항공사들에겐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항공기 정밀접근 착륙기상 최저치는 CAT-I는 시정거리 800m·활주로가시범위(RVR·활주로 위의 조종사가 항공기 안에서 등이나 표지시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 550m 이상, CAT-II는 가시거리 300m∼500m, CAT-IIIa는 가시거리 175m∼300m, CAT-IIIb는 50∼175m이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전경

 인천공항은 2015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CAT-IIIb 등급을 받았고, 활주로가시거리 75m의 악기상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일부 저가항공사들은 안개가 짙게 끼면 활주로에서 이륙하지 못하고 주기장과 계류장에서 안개가 걷힐 때까지 대기한다. 반면 CAT IIIb 등급을 가진 항공기들은 계속 착륙해 인천공항 주기장이 뒤엉키고, 포화상태가 됐다. 이번‘항공대란’ 때는 내년 1월 18일 개장할 제2여객터미널 계류장까지 꽉 찼다고 한다.
 이 때문에 서항청 등은 이번 ‘성탄절 악몽’은 천재지변도 있지만 저가항공사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CAT-IIIb 자격을 가진 조종사를 양성하지 않거나 낡고 오래된 항공기를 빌려 사용해 계기착륙 등의 장치를 부착하지 않은 것도 한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국토부와 항공사, 조종사협의회 등과 개최하는 ‘저시정운영위원회’에서 인천공항은 CAT-IIIb 등급을 갖춘 만큼 저가항공사들도 자격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저비용항공사들은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은 세계 최고 등급인 CAT-IIIb를 갖췄는데도 항공사와 조종사들이 이 자격을 갖추지 않아 항공대란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2018년 1월18일 개장할 인천공항 제2여개터미널

 반면 항공사들은 다른 입장이다. 항공사들은 인천공항에 안개가 짙게 끼어 항공기 이착륙이 어려우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서울지방청, 국토교통부가 나서 “인천공항 계류장은 포화상태로 착륙이 불가한 만큼 제주나 김해 등 인근 공항에서 항공기 이륙을 제한해야 하지만 이를 방관했다”고 말했다. 또한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시간당 하루 60여편의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활주로에서 5∼10편 밖에 이륙 시키지 못했다며 주장했다.
 이에 인천공항 항공사운영위원회(AOC)는 ‘성탄절 항공대란’의 원인 등에 대해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 묻고 재발방지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 저가항공사 관계자는 “과거에도 수차례 악성 안개가 끼었지만 큰 무리없이 해결됐던 사항이 이번에는 유독 항공대란으로 이어졌다”며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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