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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야기

노심초사

by terryus 2018. 1. 23.

 ‘노심초사(勞心焦思·몹시 마음을 쓰며 애를 태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바라보는 인천공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특히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원은 물론 퇴직자들은 제2여객터미널에 이상이 생기면 지금까지 쌓아온 공든탑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루 하루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개장 6일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18일 개항 이후 항공기 운항과 수하물처리시스템(BHS·여객이 항공사에 위탁한 수하물을 항공편 별로 자동으로 분류, 운송하는 자동화시스템) 등이 모두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어 성공적인 개장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연간 1800만명을 운송하는 제2여객터미널은 하루 평균 200∼300여 대의 항공편이 여객 5만여 명을 운송하고, 승객의 수하물도 4∼5만 개 처리하고 있다.

 큰 혼란과 사고도 없이 정상 운영되고 있어 사실상 성공적인 개장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항이 성공적으로 개항했다고 평가하는 잣대는 BHS가 오류와 오작동 없이 가동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모습

 2001년 3월29일 인천공항이 개항할때도 BHS 오작동으로 ‘개항 연기론’까지 제기됐지만 성공적으로  개항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영종도와 용유도를 매립해 만든 인천공항을 개항하기 위해 수많은 시험운영을 했고, 가상승객 등을 동원해 BHS를 가동해 수하물을 분류할때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다가도 꼭 언론에 공개할때는 오류가 나 곤혹을 치른바 있다”고 말했다.
 BHS 오류 등으로 개장을 연기한 공항도 있다. 1995년 미국 덴버공항은 BHS 불능으로 개항을 2년 연기했다. 1998년 홍콩 첵랍콕공항은 BHS와 운항정보(FIDS), 화물처리시스템 오류로 2만개의 수하물이 미탑재했다. 2008년 영국 히드로공항 제5터미널은 시스템 오류로 4만개의 수하물이 분실되고 500여 편의 운항을 취소해 국제적인 뉴스가 되기도 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4층 홍보전망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제2여객터미널의 BHS 잘 가동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개장 첫 날인 18일 대한항공 필리핀행과 베트남행 항공기 10여편의 승객 수하물 964개를 비롯해 19일 540여 개, 20일 50여 개, 21일 90여 개의 수하물이 항공기에 실리지 않은 사고가 발생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대한항공은 서로 ‘네 탓’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제2터미널에서 수하물 누락이 속출한 것은 제1터미널과 다른 위탁수하물 검색시스템과 신규 보안요원들의 미숙함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처음에는 BHS 오작동 얘기를 꺼냈다가 슬그머니 접었다.
 인천공항의 기존 제1터미널은 승객이 부치는 수하물에 밧데리 등 기내반입금지 물품이 있으면 체크인 카운터 옆에 설치된 X-ray 검사대에서 가방을 열어 물품을 처리한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면세점
 그러나 제2터미널은 보안구역인 출국장 안에서 X-ray와 EDS(폭발물 검색장비)로 검색해 밧데리와 라이터 등 반입금지 물품이 발견될 경우 개장 검사를 한다.

 이럴 경우 승객이 먼저 탑승구역에 들어가 있거나, 출국장에 늦게 들어가 수하물 주인을 찾지 못할 경우 검사는 지연된다. 또 개장 수하물이 한 꺼번에 몰리면 누락사태도 일어난다는 것이다. 또 새로 뽑은 검사요원들이 숙련도가 떨어지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BHS에서 정상 분류된 수하물이 각 항공편에 도착했는데도 지상조업사인 한국공항이 인력이 부족해 실지 못하는 등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 미숙과 기상 등으로 항공기가 늦게 도착하는 등 복합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위탁수하물 검사시스템은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의 권장 사항이며, 제1여객터미널에서 짐을 부친 승객에게 5분 정도 기다리라고 해도 그냥 가 버리고, 개장검사에서 기내금지물품이 나오면 이미 보안구역으로 들어가 역사열로 다시 나와야 하는 불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면세점 전경

 제1터미널도 바꿔야 하지만 장비가 워낙 커 체크인카운터를 파손할 수 없어 시스템 교체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BHS의 일시적인 오류와 설계 등 구조적인 문제, 사전테스트 미흡이라는 지적도 있다.
 인천공항 관계자인 ㄱ씨는 “제1·2터미널의 BHS는 독립적인 시스템으로, 항공기가 지연 도착하면 제1터미널에 내린 환승객 짐을 2터미널로 옮기려면 절대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ㄴ씨는 “개장 초기 시스템이 전면 가동되면서 개장검사한 짐이 벨트를 타고 다시 검사하도록 하는 등 일시적인 오류가 있었다”고 말했다.
 ㄷ씨는 “제2터미널의 BHS는 최첨단시스템으로 아직까지 안정화가 안 된 것 같다”며 “만약 BHS에 문제가 생기면 세계 공항서비스 12연패의 공든탑이 무너지는 것이어서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양측의 주장이 강하게 대립하자 국토교통부는 ‘입막음’을 지시했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미탑재 짐에 대한 자료를 계속 축적해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향후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BHS뿐 아니라 이런 얘기도 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의 한 탑승교는 세계 최초로 소형항공기 2대를 동시에 주기할 수 있도록 조성됐는데 급유 등이 제대로 할 수 없어 한 대 밖에 댈 수 없다는 것이다.
 개장 초기 제2터미널 개장으로 제1·2터미널을 헷갈려 오도착한 여객도 하루 평균 200여 명에 달한다. 이 중 60%는 외국인이다. 다행히 긴급이송 등으로 비행기를 놓친 여객은 없다.

                                                여객터미널을 잘못찾은 외국인이 무거운 짐을 들고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오도착 외국인이 짐이 많을 경우 안내인력들이 짐 싣는 것을 도와주도록 하는 등 대책도 만들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한 퇴직자는 “제2여객터미널을 개장시키기 위한 전 직원이 고생한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세계 최고 공항이라는데서 오도착 외국인에 짐을 들고 20분 이상 셔틀버스를 타게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제2여객터미널이 제1여객터미널·탑승동과 너무 가까워 위치가 잘못됐다는 얘기도 있다. 인천공항 4단계 건설사업의 일환으로 현재 제2터미널을 확장하면 인천공항은 연간 여객 1억 명을 운송할 수 있다.
 4단계 사업을 완성하고도 계속 공항을 확장할 경우 신불도 인근에 저가항공사들만 운영하는 제3터미널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제2여객터미널을 북쪽으로 이동해 건설했으면, 제1여객터미널과 연결된 탑승동처럼 여러개의 탑승동을 건설할 수 있다.
 인천공항은 당초 제2여객터미널을 건설하려 한 것이 아니라 탑승동을 최대 5개까지 건설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럴 경우 BHS의 처리 시간이 늦어져 제2터미널을 지은 것이다.
 한 관계자는 “제2여객터미널을 안쪽에 깊숙이 지은 것을 북쪽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격납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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