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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야기

정규직화 “연내·1만명”두 단어에 발목잡힌 인천공항

by terryus 2017. 11. 5.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국민과 약속한 시간이 두 달도 안 남았다.
 정 사장은 지난 5월 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현장 방문을 했을 때 “인천공항 비정규직 1만 명을 연내 정규직화 하겠다”고 발표했다. 정 사장의 발언은 ‘핵폭탄급’으로 공공부문의 정규직화의 촉매제가 됐다.
 그러나 5개월이 흐른 지금, 뒤 돌아보면 정 사장의 정규직화 약속은 인천국제공항공사 내부에서 조차 아무런 준비도 없이 대통령과 국민들에게 던져진 ‘공약(空約)’으로 나타나고 있다.

                                                                                                                 내년 1월18일 개장할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오히려 ‘인천공항 정규직화’가 이슈로 등장해 공항공사 내부는 물론 노·노,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꼴이 되고 있다.
 정 사장 발언 이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정규직화를 위해 추진한 것을 보면, ‘좋은 일자리 창출전략 및 실행방안 수립 용역’과 임시 법인 겸 향후 자회사로 전환될  인천공항운영관리(주) 설립, 노조(민주노총 5명·한국노총 3명·개별노조 2명,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 참관 1명)·사측(인천공항공사 10명)·전문가(5명) 등으로 구성된 노사전 협의회 구성 등 이다. 또한 60개 협력업체에게 중도에 계약을 해지 해 주면 잔여 기관 이윤 30% 지급 방안 등 이다.
 정규직화 윤곽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생명안전분야 직 고용 원칙에 따라 1차로 60개 협력업체 9975명 중 공항소방대 214명, 조류퇴치팀(야생동물통제관리) 30여명, 항공등화시설유지관리 110명, 전력계통시설유지관리 198명 등 552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이어 인천공항 운영에 필요한 일부 시스템 분야 등도 직접 고용를 검토하고 있다.

                                                                                     내년 1월18일 개장할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직접 고용될 인원은 대략 800여 명 정도이다. 나머지는 9000여명은 4∼5개의 자회사로 전환한 뒤 직접 고용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 공항공사의 설명이다.
 또 위탁수화물 검색장비유지보수 32명은 정규직화가 어렵다고 밝혔다. 위탁수화물 검색장비유지보수는 미국회사에 고용된 노동자들로, 고가의 검색장비를 공항공사 직원이 유지보수할 수 없다며 미국에서 정규직화를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직접 고용될 비정규직과 일부 자회사 직원들은 경쟁채용방식으로 뽑는다. 공항공사는 지난 7월 1일 폭발물처리반(EOD) 16명을 경쟁채용으로 선발했다. 당초 인천공항에는 14명의  EOD 요원이 있었지만 9명만 채용되고 나머지 5명은 탈락했다. 탈락한 EOD 요원들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에 추가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해고자도 나올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국가 공기업으로 공개경쟁채용이 원칙이다. 공항공사는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협력업체 직원 대부분이 채용되겠지만 범죄 전력 등 자격 미달자 등은 걸러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모습

 또한 60개 협력업체 중 관리자인 행정직도 상당수로, 이들을 고용 승계하는 것은 맞지만 많은 행정직이 불필요해 현장직으로 전환, 배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전원 직접 고용을 주장했던 민주노총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직고용을 최소화하고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노사전협의회 불참을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정 사장이 말한 정규직은 모든 비정규직의 직접 고용을 말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500∼800명만 직접 고용하고 나머지는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는 것은 ‘무늬만 정규직’”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11월1일 제대로 된 정규직 투쟁 대회를 개최한데 이어 6일부터는 피켓시위, 리본달기 등의 현장 투쟁을 벌인 예정이다. 또 상급기관인 국토교통부를 항의 방문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개선의 의지가 없으면 청와대로 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호소할 예정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단호하다. 민주노총이 불참해도 한노총과 개별노조 등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정규직화 방식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규직화 방식을 놓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46개 협력업체들도 중도 계약 해지에 불응하고 있어 사실상 인천공항 연내 1만 명 정규직화는 물거품이 될 우려가 높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연말까지 계약 해지에 합의한 업체는 10곳이다. 또 연내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업체는 4곳이다. 이 상태라면 14개업체 2000여 명만 연내 정규직화가 가능하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 모습

 공항공사는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46개 업체에 중도 계약해지 하면 잔여기간에 대한 이윤 30%를 보상해 주겠다며 설득하고 있지만 협력업체들은 계약기간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직접고용이건, 자회사 직원이건 정규직화되는 직원들은 고용이 안정되고 임금과 처우는 현재보다 조금 낮아질뿐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수준에는 못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요즘 인천공항에서는 정 사장의 무책임한 발언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정규직화에 대한 준비도 전혀 안된, 정치적 발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 사장이 “연내, 1만명∼”이라는 말만 하지 않았어도 인천공항 정규직화는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협력업체들부터 연착륙시킬 수 있었는데 정 사장의 ‘정치적 야망’ 때문에 분란만 자초하고, 정치적 이슈와 투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2의 개항이라 할 수 있는 제2여객터미널 개장인데, 정규직화에 자꾸 밀려 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국민에게 “연말까지 인천공항 협력업체 1만명이 정규직화 하겠다”약속한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이 약속을 어길 경우 어떤 책임을 질지 벌써부터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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