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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야기

‘둥지 없는 철새(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은?

by terryus 2017. 5. 28.

 인천공항 아웃소싱업체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화가 진행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틀만인 5월 12일 첫 현장 방문한 곳이 인천공항이다.
 이 자리에서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1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문 대통령과 인천공항 아웃소싱 노동자들, 국민들과 약속했다.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이후 인천공항 비정규직 문제는 줄곧 제기됐다. 인천공항은 개항 당시 민영화 대상 공기업으로 선정돼 경영 효율화를 위해 공항 운영·관리를 아웃소싱업체에게 맡겼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대테러를 예방하는 EOD(폭발물처리반)와 소방대, BHS(수하물처리시스템), 옛날 경찰과 의경이 맡던 보안검색과 경비업무까지 아웃소싱으로 채웠다.
 2017년 5월 기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계약한 아웃소싱은 56개 용역에 9534명이다. 여객터미널 운영 등 공항운영은 8개 업체에 1158명, 보안방재는 8개 업체에 3869명, 환경미화는 5개 업체에 1112명, 시설유지관리는 31개 업체에 3395명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임·직원이 1200여 명인 만큼 86% 이상이 아웃소싱 노동자로 볼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발표한 인천공항 아웃소싱 근로자의 연봉은 3730만9000원이다(세금 공제 전). 공항운영은 3466만원, 보안방재는 3394만원, 환경미화는 3102만원, 시설유지는 4264만원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통계청 기준(2016년 8월 발표) 국내 정규직 평균 임금은 3400만원, 비정규직은 1800만원, 국내의 다른 공항 비정규직 3100만원 등과 비교하면 인천공항 비정규직 임금은 낮은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조 등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아웃소싱에게 준 전체 용역비를 노동자의 숫자로 나눈 허수에 불과할 뿐 아웃소싱업체가 관리비와 운영비 등으로 중간에서 착취하고 있고, 세금을 공제하면 실제 받는 임금은 그리 높지 않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현장방문으로 인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대화를 나눈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 직원들이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고용 불안’이다. 인천공항 아웃소싱업체들은 5년(3년+2년) 마다 업체가 교체된다고 봐야 한다.
 경쟁입찰을 통해 새 업체가 선정되면 기존에 있던 업체는 인천공항에서 빠져나가고, 노동자 모두는 해고 통지서를 받는다. 그리고 새 업체와 근로계약서를 다시 쓴다. 5년마다 회사가 바뀌고, 신입사원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 아웃소싱 노동자들은 ‘둥지 없는 철새’ 신세이다. 그동안의 경력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새 업체가 선정되면 고용 승계와 용역 근로자 보호대책 등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인천공항 아웃소싱 노동자들의 이직률은 1.28%에 불과하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2016년 사업체노동력조사에서의 국내 전체 평균 이직률 4.5% 보다 현저히 낮다.
 그러나 새 업체가 선정될 때마다 잡음이 일고 있다. 새 업체는 자신들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라며 기존 업체의 노조 간부 등이나 물의를 일으킨 노동자 등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워 고용승계를 거부하기도 한다.
 인천공항 아웃소싱 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도 7년으로 국내 근로자 평균 6.1년보다 길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3층 출국징에 마련된 셀프 서비스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또 비정규직 직원들을 위해 상생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명절 격려금과 장기근무자는 국내 연수, 우수직원을 해외 연수를 보내 주고 있다. 또 체육행사와 공동보육도 지원하고 있다. 올해만 42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인천공항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99% 고용승계가 이뤄지는데도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것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직원과의 심한 차별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2016년 신입사원 연봉은 4215만원이다. 공기업 중 최고인데다 8년 연속 신입사원 초봉 1위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원들이 평균 연봉도 8075만원으로 엄청 높다. 처장급(1급)이나 상임이사는 연봉이 1억원이 넘는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연봉 1억3000만원과 수당, 인센티브 등을 합치면 2억5300만원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그동안 세계 서비스 평가 11연속을 차지하면서 이는 인천공항 아웃소싱 노동자들의 인천공항에 대한 사랑과 열정, 현장에서 묵묵히 일해준 덕택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말을 번듯하게 하면서 실질적으로 처우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인천공항이란 큰 테두리에서 근무하면서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나눠 처우가 크게 차이난다면 상대적 박탈감에 빠질 수 밖에 없고,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인천공항 화물터미널

 이 때문에 인천공항 아웃소싱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이나 자회사 등을 통해 정규직화로 신분이 전환되면 처우가 어떻게 바뀔지도 주목된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현재는 ‘고용 안정’에 중점을 둘뿐 처우 개선은 나중 문제라고 밝혔다. 특히 처우 개선은 현재의 아웃소싱업체들이 중간 착취하고 있다는 금액을 노동자들에게 돌려주고 더 이상은 없을 것이라는 말도 흘러 나오고 있다.
 정규직화도 첩첩산중이다. 비정규직을 직접고용으로 할지, 자회사로 할지 등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또한 소방대와 보안 등 공항에서의 필수용역과 단순용역을 어떻게 분리하고 어떤 형식으로 고용할지 등 기준도 마련되지 않았다.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

 특히 56개 아웃소싱업체와 체결한 용역계약을 모두 해약하려면 손해배상은 물론 소송전도 불가피하다. 이는 인천공항뿐이 아니라 전국의 모든 정규직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노사정의 대타협이 필요하다.
 또한 민간기업에 고용돼 있는 3만명이 넘는 비정규직도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등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인천공항 종사자에게 발급한 출입증은 900여개 업체 4만5000개이다. 이 중 공공기관 등 정규직 직원은 10% 정도이다. 나머지는 4만 명 정도는 인천공항 아웃소싱 노동자와 함께 민간기업에 고용된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은 면세점이 5000여 명, 항공사가 4000여 명, 물류업체가 2000여명 이다.
 이들 중 일부는 인천공항 아웃소싱 노동자들보다도 더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처우가 열악한 노동자들도 많다. 하지만 이들은 제대로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소외된 채 방치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들의 목소리도 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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