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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야기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후유증’

by terryus 2017. 4. 30.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관세청의 갈등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입점할 면세점 선정작업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아직까지 규모가 가장 큰 패션매장(DF3) 사업자를 찾지 못했고, 전문가 등의 평가를 통해 1,2위 복수사업자를 선정, 통보한 것에 대해 관세청이 순위를 뒤집어버린 것에 아무런 대책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우리 나라 면세점 1위로, 이번에도 사업권을 따냈지만 제1여객터미널과 함께 엄청난 임대료를 내야 사는 롯데면세점이 성주골프장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로 매출이 곤두박질하고 있어 혹여 일부 사업권을 반납할지도 모르는 등 후유증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관세청은 오는 10월말 개장 예정인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3층 1만80㎡(33개 매장)에 입점할 면세점으로 대기업군은 신라와 롯데, 중소·중견은 SM, 엔타스, 시티플러스 등 5곳을 선정됐다.
 이들 5곳의 면세사업자는 이미 제1여객터미널에서 모두 영업을 하고 있다. 한화가 인천공항에 첫 진입을 시도했으나 기존 장벽을 넘지 못했고, 신세계도 사업 확장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롯데와 신라는 이번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점으로 다시 한 번 우리 나라 최고의 면세점이라는 것을 재확인시켜줬다.
 연간 임대료가 847억 원인 향수·화장품(DF1·2105㎡·6개 매장)은 신라면세점이 따냈다. 신라는 연간 임대료로 1009억원을 썼다. 이 사업권에 롯데는 975억원을 써 2위에 올랐다.

                                                                                                              인천공항 탑승동에 외국항공기들이 대기하고 있다
 또 연간 임대료가 554억인 주류·담배·식품(DF2·1407㎡·8개 매장) 사업권은 롯데가 842억 원 써 신라를 제쳤다. 신라는 733억원을 썼다. 이 사업권은 롯데가 가장 많은 금액을 제시했고, 이어 한화, 신세계, 신라 순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라는 한화와 신세계 보다 사업제안서에서 월등한 점수를 얻어 롯데에 이어 2위가 됐다.
 중소·중견기업 몫으로 연간 임대료가 87억원으로 술과 담배, 향수 등 전품목(DF4·825㎡·2개 매장)을 판매하는 사업권에는 SM이 연간 96억 원의 임대료를 써 101억원을 적어 낸 시티플러스를 따돌렸다.
 연간 임대료가 66억원으로 전품목(DF5·741㎡·1개 매장)를 취급할 수 있는 또 다른 사업권은 엔타스가 80억 원을 써 72억원을 제시한 SM를 눌렀다. 연간 임대료 21억원으로 패션·잡화·식품(DF6·241㎡·2개 매장)을 팔 수 있는 사업권에는 시티플러스가 21억여원으로 비슷하게 쓴 SM를 제쳤다.
 관세청 특허심사위원회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 4월 21일 각 구역별로 선정한 1,2위 복수 사업자를 대상으로 지난 27일부터 2박 3일 동안 재심사를 벌여 최종 사업자를 선정했다. 관세청 평가는 1000점 만점으로, 이 중 500점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평가한 1차 결과를 반영했다.

                                                                                                                                                 하늘에서 본 인천공항
 인천국제공항공사의 1차 평가 결과는 DF1 사업권은 1위 신라, 2위 롯데, DF2 사업권은 1위 롯데, 2위 신라, DF4 사업권은 1위 시티플러스, 2위 SM, DF5 사업권은 1위 엔타스, 2위 SM, DF6 사업권은 1위 시티플러스, 2위 SM 등이다.
 그런데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선정한 1차 평가 결과 중 DF4 사업권은 관세청에서 순위가 뒤집혀졌다. SM이 5억 원이나 더 제시한 시티플러스를 제치고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다.
 인천공항의 한 관계자는 “시티플러스가 가격을 높게 썼지만 SM이 사업제안서와 사업설명회 등을 매우 잘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인천공항 면세사업자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전문위원들이 심사해 선정한 뒤 관세청에 통보하면 관세청은 특허만 인증해 줬다. 그러나 관세청은 자신들이 직접 선정하겠다고 밝혔다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심한 갈등을 빚었다. 결국 관세청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차 평가를 통해 복수사업자를 선정하면 이를 재평가해 최종 선정하기로 협의했다.

                                                                                                                        인천공항 활주로에 항공기가 착륙하고 있다
 면세점 입찰을 준비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죽을 맛’ 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사업수행능력(60%)과 가격평가(40%)로 선정하지만 관세청은 경영능력과 특허보세관리 역량,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관광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도 반영해 인천국제공공사와 평가 항목이 다르다. 업체들은 또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1차 사업설명회를 한 뒤 관세청에서 2차 사업설명회도 해야 한다. 절차도 복잡하고 까다로워졌다.
 정부는 규제 완화를 한다고 하지만 면세점 입찰은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차 선정한 업체를 관세청이 재심사 해 뒤집어버리면 업체 입장에서는 행정의 일관성도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관세청이 이번에는 중소·중견업체를 뒤집었지만, 대기업 몫인 롯데와 신라를 뒤집었다면 각종 소송이 진행될 수도 있었다.
 인천공항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면세점 선정은 오히려 두 번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 등 복잡하고 절차도 까다로워 업체들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라며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관세청이 대기업 몫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선정한 롯데와 신라는 그대로 두고, 중소·중견기업을 뒤집은 것은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구색 맞추기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구름 아래로 인천공항이 선명하다
 후유증도 우려된다.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에서 여객터미널과 탑승동 등 4개 사업권에 8849㎡의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내는 월 임대료는 421억원으로, 연간으로 따지면 5052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제2여객터미널의 DF2 사업권도 842억원에 따 냈다. 제1여객터미널의 여객 30.3%가 제2여객터미널로 이동할 것으로 보여 연간 임대료도 감소하겠지만 단순 수치상으로 계산하면 롯데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무려 임대료로 5894억원을 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연 매출은 2조원 정도이다. 롯데가 사실상 25%를 부담해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먹여 살리는 셈이 된다.
 특히 롯데는 성주골프장 사드 배치 때문에 매출이 급감하고 있어 일부에서는 롯데가 임대로 납부가 어려워 사업권 일부를 반납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2015년 입찰 때보다 이번 입찰에서는 임대료를 예상보다 높게 받지 못했다. 이번 제2여객터널에 입점할 5개 사업권이 앞으로 5년간 낼 연간 임대료는 2048억원이다. 당초 인천국제공항공사는 6개 사업권의 연간 임대료로 2200억원 정도를 예상했다.

 과당경쟁으로 임대료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연간 임대료가 646억 원의 패션·잡화(DF3·4889㎡·14개 매장)은 두 번이나 유찰됐다. 이 사업권은 임대료를 10% 낮춘 582억원에 재입찰 공고를 냈다. 이번에도 유찰되면 수의계약이나 아니면 임대료를 10% 더 낮춰야 한다. 이럴 경우 5개 사업권 연간 임대료 2048억원에 400∼500억원이 추가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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