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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야기

황금알 낳는 거위(면세점) 배 가른 ‘관세청’

by terryus 2017. 4. 17.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인천국제공항공사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경쟁이 시들어가고 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보복’ 탓도 있겠지만 면세점 시장이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수익성도 많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많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0월 말 개장할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3층 1만80㎡(33개 매장)에 입점 할 6개 면세점 사업권에 대해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입찰에서 일반기업은 롯데와 신라, 신세계, 한화 등 4곳, 중소·중견기업은 SM, 엔타스, 씨티플러스 등 3곳이 참여했다.

                                                                                                                                   인천공항 활주로를 이착륙하는 항공기 

 지난 2월 열린 사업설명회에는 서울시내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두산과 세계적 면세점인 스위스 듀프리와 미국 DFS가 참석했지만 공식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입찰에 참여한 면세점들도 예전처럼 무조건 임대료를 높게 쓰지 않고, 수익성 등을 꼼꼼히 따진 것 같다. 향수와 화장품, 담배와 주류 등 소위 잘 팔리는 물품을 취급하는 사업권에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지만 패션·잡화 등은 아예 입찰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1년 개항한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대기업들이 수익성이 없다며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한 해 5000만 명이 넘은 국내외객이 이용해 홍보 효과와 수익을 동시에 거둘 수 있어 그동안 경쟁이 치열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내부 전경

 덤으로 기업 총수 등에 대해 의전(소위 총대)도 할 수 있어 일석삼조(一石三鳥)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제 3기 사업자로 선정돼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 입주해 있는 롯데와 신라, 신세계, SM·엔타스·씨티플러스, 삼익악기 등 7개 사업자들은 2015년 입찰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예측한 연간 임대료 5000∼6000억 원 보다 무려 50%가 넘는 9500억 원 이상을 썼다.
 이번 입찰에서 연간 임대료가 847억 원인 향수·화장품(DF1·2105㎡·6개 매장)과 554억인 주류·담배·식품(DF2·1407㎡·8개 매장)에는 롯데와 신라, 신세계, 한화 등 4곳이 모두 지원해 4대1의 경쟁률이다.
 그러나 연간 임대료 646억원의 패션·잡화(DF3·4889㎡·14개 매장)에는 두 번의 입찰에도 한 곳도 지원하지 않아 유찰됐다. 패션·잡화는 돈이 안돼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사가 한창인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유찰된 DF3 는 기존 여객터미널에서 매출 상위 20위권 브랜드만을 유치하는 ‘국내 TOP 20 브랜드’ 전략을 세워지만 실패한 셈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계속 유찰되다면 임대료를 인하할 방침이다.
 중소·중견기업은 연간 임대료가 87억원으로 술과 담배, 향수 등 전품목(DF4·825㎡·2개 매장)을 취급할 수 있는 곳에는 SM과 시티플러스, 연간 66억으로 전품목(DF5·741㎡·1개 매장)를 취급할 수 있는 또 다른 곳에는 SM, 엔타스, 시티플러스, 연간 임대료 21억원으로 패션·잡화·식품(DF6·241㎡·2개 매장)을 팔 수 있는 곳에는 SM, 시티플러스가 경쟁을 한다.
 중소·중견기업도 SM과 시티플러스는 3곳 모두를 지원한 반면 엔타스는 DF2 한 곳만 지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각 사업권별 심사를 거쳐 1∼2 등의 복수사업자를 선정, 관세청에 통보하면 관세청이 추가 심사를 벌여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인천공항에 입점해 있는 한 관계자는 “사드 때문에 면세점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시내면세점과 인터넷 구매가 크게 늘어 예전처럼 면세점들이 임대료를 높게 써 경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이 흥행에 실패한 관세청 탓도 크다.

                                                                                                                                                                   인천공항 전경

 관세청은 유커들이 대거 몰려온다며 무분별하게 서울은 물론 지방 곳곳에 시내 면세점을 허가해 줬다. 사드로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자 벌써부터 면세점업계에서는 임금 삭감과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공항에서 면세품을 구매하기 보다는 인터넷으로 구매한 뒤 공항 인도장에서 받아가는 추세다.
 면세품 구매 패턴 변화에다 어디를 가든 면세점이 있어 사실상 시장이 포화상태이다.
 특히 이번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많은 기업이 참여하지 않은 것은 관세청이 올초부터 공·항만에 입점 할 면세점들은 자신들이 선정하겠다고 하는 등 사사건건 간섭했기 때문이다.
 입찰에 참가한 업체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1차 심사를 받는다. 이들 업체들은 또 관세청에 똑같은 서류를 넣고 2차 심사를 받아야 한다. 면세점 특허심사권을 갖고 있다며 관세청이 사실상 횡포를 부리는 셈이다.
 절차가 복잡하고 조건이 까다로워 업체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시장 논리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개입하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깨달았을텐데….
 정부는 말로는 규제 완화를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실제는 규제를 강화해 역효과를 낸 셈이 됐다.
 또한 제2여객터미널에는 중국 항공사가 없다. 제2여객터미널에는 대한항공과 미국 델타항공, KLM네덜란드항공, 에어프랑스 등 4곳이 입점한다. 사드 문제가 풀려 유커들이 온다고 하더라도 중국노선이 많지 않은 제2여객터미널에 유커들이 몰리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10월말 개장을 앞두고 공사가 한창인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인천공항 전체 이용객 중 중국인들의 비중은 20% 정도이다. 그러나 면세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가 넘는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큰 손’으로 통하는 중국인들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이밖에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잘 팔리는 품목과 패션·잡화를 묶어 공고를 냈더라면 유찰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은 내년 여객은 1800만명으로 인천공항 전체 여객 중 30.3%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사드 보복이 계속되면서 차츰 면세점 매출도 줄고 있다. 일본과 동남아 여객이 늘어난다고 하지만 중국인에는 못 미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면세점 매출이 정체하거나 10% 감소가 되면 매출촉진 마케팅 방안을 수립하고, 여객과 매출이 10% 이상 6개월 이상 지속된 추가 영업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항공 비수기에다 유커 마저 끊긴 4월은 인천공항 면세점업체들에게 혹독한 시련의 시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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