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항 이야기

법 무시하는 국정원과 외교통상부

by terryus 2012. 3. 16.
 G50 핵안보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테러 경계령이 내려진 인천공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자신의 가방에 대해 보안검색도 받지 않은채 항공기에 탑승해 출국해 버린 것이다.
 여기에 이스라엘 외무장관의 의전을 수행한 외교통상부 직원은 ‘입’ 보증까지 섰다. 보안검색을 받지 않은 탑승객은 항공기에 탑승시키지 말아야 하는데도 국가정보원은 이를 허가하고 비행기를 이륙시켰다.
인천공항의 보안이 얼마나 허술한지 알만하다.


 리베르만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16일 오후 6시40분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3층 1번 출국장 의전통로를 통해 출국하려다 보안검색요원들이 핸드캐리어(가방)에 대해 X-레이 검색을 요구하자 거부했다. 리베르만 장관과 수행원 15명은 문형탐지기를 통해 신체 검색을 받았지만 가방 검색은 거부한 것이다. 외교관들은 공항 규정상 의전통로를 이용할 수 있다. 일반인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며 검색을 받지만 이들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보안검색은 예외가 없다. 하물며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보안검색을 받는다고 한다.
 다만 외교행낭은 면제대상이다. 리베르만 장관의 가방은 외교행낭이란 낙인이 찍혀있지 않았다.
 리베르만 장관이 보안검색을 거부하자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과 공항경찰대, 국가정보원들이 수차례 검색을 요구하고 실랑이까지 벌였다. 그러나 장관은 아랑곳하지 않은채 가방을 들고 보안검색대를 빠져 나갔다. 보안검색을 하는 것은 총기와 폭발물 등 안보위해물품을 적발하기 위해서다. 공항에서는 가장 중요한 업무중 하나다.
 리베르만 장관은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관리소를 통과해 7시10분에 출발하는 대한항공 베이징행 탑승구까지 갔다. 보안검색요원들이 이곳까지 쫓아가 검색을 요구했지만 막무가내였다.
 보안검색을 받지 않은 탑승객이 항공기 탑승장까지 갔지만 아무런 제지도 없었다. 바로 옆에 외교통상부 심의관이 동행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보안검색을 받지 않는 승객은 항공기에 탑승할 수 없다. 그리고 비행기를 띄울 수도 없다. 그런데 리베르만 장관은 비행기를 탔다. 외교통상부 직원이 보증을 섰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보증이란 없다. 그가 안보위해물품을 갖고 출국하지는 않았겠지만 ‘누구를 보증 선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국정원은 한술 더떠 비행기 이륙까지 허가해 줬다. 국정원은 승객을 태운 항공기가 활주로까지 간 상태에서 대한항공에 전화를 걸어 보안검색을 받지 않는 승객이 있다는 것을 통보했다. 대한항공측에서 '항공기를 돌릴까' 물어봤지만 리베르만 장관을 환송나온 이스라엘 대사의 부탁으로 외통부가 보증까지 섰는데 ‘무슨 일이 발생할까(?)’라는 안일함에 국정원은 이륙을 허가했다.
 인천공항은 국가보안시설 '가'급으로 국정원이 모든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다. 법을 준수하고 지키도록 하는 것이 국정원의 의무임에도 국정원은  지키지 않은 꼴이 됐다.
 리베르만 장관의 공항검색 거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들은 외투와 신발까지 벗겨가며 검색을 하면서 외국의 장관이라고 해서 가방의 X-레이 검색도 하지 않는 것은 인천공항 보안이 얼마나 주먹구구로 이뤄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툭하면 보안구역에 일반인이나 외국인이 침입해 구멍이 뚫렸다는 것도 이같은 이유일 것이다. 무엇보다 외통부가 보증을 선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외통부의 공식 공문이거나 대통령 칙서가 있다 하더라도 공항에서 보증을 선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이는 엄격히 항공법을 어긴 것이다. 그것도 국가기관이 나서서 어겼으니 국민들에게 지키라고 하는 것을 어불성설이다.

 국정원은 항공기를 되돌려서라도 리베르만 장관의 가방에 대한 보안검색을 해야 했다. 그렇지 못한 만큼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외교적 마찰이 우려된다고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법은 있으나 마나이다. 
 이스라엘의 장관은 이 상황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힘있는 사람이 밀어붙이니 한국에서도 통한다. 한국도 법보다 권력이 먼저이다”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번 일은 한번의 소동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인천공항 보안의 원칙과 절차가 정부기관에 의해 철저히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에서는 늘 보안을 외친다. 정부가 보안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지키라고 하면 과연 지켜질지 의문이다. 그것도 26∼27일 핵안보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테러 경계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이를 진두지휘하는 국정원이 이랬으니…….
 인천공항은 전세계 1700개 공항 중 최고의 서비스로 7연패를 기록했다. 세계 최고시설의 공항으로 국민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인천공항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취재가 시작되자 외교통상부에 항의하고 재발 방지책을 요구하겠다고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셈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번 리베르만 장관의 보안검색 소동에 책임이 없다. 인천공항을 사실상 주무르고 있는 곳은 바로 국정원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다. 이번에도 절대 노출되지 않고 뒤에서 조종자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 책임을 진다면 힘없는 아웃소싱업체 보안검색요원이나 공항공사 보안 관계자가 될 것이다. 이번 소동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 될지 궁금하다. 

국토해양부 조사 착수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인천국제공항에서 보안검색을 거부하고 출국것에 대해 국토해양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20일 “이동훈 항공정책실 항공보안과장 등을 인천공항에 파견해 리베르만 장관이 보안검색을 받지 않고도 출국한 경위 전반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 보안요원들의 거듭된 검색 요구에도 불구하고 리베르만 장관이 소지한 여행용 가방(캐리어)의 엑스레이 검색을 거부하고, 동행한 외교통상부 직원도 검색절차 준수를 요구하지 않고 ‘방치’한 과정 등 그의 출국 과정 전반을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 측은 “국정원 관계자의 허락하에 이륙했다”고 말하고 있어 국정원의 이륙 허가 과정도 조사 대상이다.  국토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계자의 책임 추궁과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 안팎에서는 리베르만 장관이 관련 법규를 무시하면서까지 가방 검색을 거부한 이유와 가방 속 내용물에 대한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가방 속에는 이스라엘 국가안보와 관련된 기밀사항이나 핵관련 물질, 귀금속, 거액의 현금 등이 들어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 나돌고 있다.
 인천공항 보안 관계자는 “리베르만 장관이 ‘다른 나라를 모두 다녀도 보안검색을 해 본 적이 없어 거부했다’고 검색 거부 이유를 말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