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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야기

인천공항 예술품 선정부터 관리까지 ‘입방아’

by terryus 2024. 5. 20.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중앙 천장에 걸린 ‘HELLO’ 예술작품

인천국제공항에 설치된 예술작품을 둘러싸고 관리 부실과 선정 과정에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중앙 그레이트홀. 여객터미널 천장 중앙에 매달린 거대한 조형물 ‘HELLO’에는 1000개의 한글 자음과 모음으로 된 LED 유닛이 시시각각 다양한 색깔로 변하고 있다. 인천공항을 찾는 이용객들은 단순한 장식품으로만 알고, 고개를 들어 한 번 쳐다보고는 지나치기 일쑤다.
 안내판을 보면 18m×10m 크기의 ‘HELLO’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과  창의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제작된 강희라 작가의 예술작품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2018년 제2여객터미널 개항을 기념해 7억8300만원을 들여 설치했다. ‘HELLO’는 LED로 만든 한글 자음과 모음이 상·하로 움직이면서 3D 입체 형태를 만들어 내는 설치미술품이다. 광화문을 비롯해 에펠탑 등 세계의 다양한 여행문화를 소개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설치 후 잠시 작동됐다가 고장나 수년간 방치됐다. 인천공항공사는 1억7000만원을 들여 구조 보강 등을 통해 지난해 12월 천장에 다시 매달았다. 그러나 상·하로 움직이지 않는데다 세계 각국의 랜드마크 형상도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애초 작가가 의도한 예술작품이 아니라 단순한 장식품이 돼버렸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HELLO를 원래대로 정상 가동하려면, 설치비와 맞먹는 7억원 이상이 들어가 현재는 구조만 보강한 상태”라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프랑스 자비에 베이양 작가에게 12억원을 주고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설치한 ‘Great Mobile’ 모빌 작품

 바로 옆 제2여객터미널 동·서측 지하 1층~지상 3층 사이에 설치된 프랑스 자비에 베이양 작가의 높이 10m 정도되는  ‘Great Mobile’ 작품 2점도 2018년 2월 제2여객터미널 개장을 기념해 설치했다. 그러나 청소를 한 번도 하지 않은 듯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다보면 모빌 작품에 먼지가 수북하다. 이 작품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2억8100만원에 직접 구매했다.
 2018년 제2여객터미널 면세지역의 랜드마크라며 설치한 예술작품 ‘댄싱크레인’과 ‘게이트웨이’는 지난해 10월 철거됐다. 이 작품들은 인천공항공사가 6억3000만원을 내고, 롯데·신라·신세계 등 면세사업자에게 15억원을 부담하게 했다. 그러나 21억3000만원짜리 예술작품이 단 5년 만에 고철 덩어리가 된 것이다.
 인천공항에는 오순미 작가의 ‘Dreaming Space(20억6600만원)’를 포함해 서도호 작가의 ‘집 속의 집13억7995만원)’, 박선기 작가의 ‘집합 190707(6억1374만원)’ 등 값비싼 예술품들이 수두룩하다.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1만㎡ 이상 건축물을 신·증축 땐 건축비의 1% 이하에서 회화, 조각, 공예 등 미술작품을 설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에는 건축물 미술작품 6개 43억원, 인천공항공사가 직접 구매한 작품 7개 65억6645만원 등 13개에 총 108억원 상당의 예술품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2018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동측 면세구역에 설치됐다가 5년만인 2023년 철거된 댄싱크레인 조형물.

설치된 예술작품들의 관리 부실뿐만 아니라 건축물 미술작품 선정 과정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오는 10월 개장할 제2여객터미널 확장을 위한 4단계 건설사업에 따라 지난 1월부터 건축물 미술작품 공모를 진행했다.
 지난 3월 미술품 선정 과정에서 평가위원 9명 중 특정 협회 소속 위원이 다수를 차지해 공정성 시비가  제기됐다. 평가위원 9명 중 6명이 미술 분야 관련 전문가로 구성됐지만, 한국미술협회는 한 명도 없고 한국실내디자인학회 1명, 한국화랑협회 2명인데, 한국조각가협회 소속 회원은 3명이 선정된 것이다.
 이번 4단계 건설사업 미술품 공모에는 모두 49개 작품이 신청했다. 심사 평가를 통해 권치규 작가의 ‘Resilience-고요한 아침의 나라-서해안(19억2550만원)’, (주)프리다츠가 제출한 ‘19,999개의 기와(19억2550만원)’, 박형진 작가의 ‘하늘로부터의 풍경(3억3200만원)’ 등 3점이 당선됐다.
 (주)프리다츠와 박형진 작가는 미술 관련 협회 소속이 아니지만, 권치규 작가는 평가위원 3명이 참여했던 한국조각가협회 소속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선정 절차가 불공정하다며 이의신청이 여러 건 접수됐고,국민신문고와 대통령실 국민제안 등에도 관련 민원이 제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이번 건축물 미술품 평가위원 선정은 각 협회에서 추천한 후보자를 무작위 추출방식으로 공정하게 구성했다”며 “이의신청 들어온 공모 건에 대해선 감사실이 조사를 벌였지만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리 부실과 관련해선 “문화예술품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 체계를 연내 도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천공항 4단계 건설사업 미술작품으로 선정된 19억2500만원 짜리 고요한 아침의 나라-서해안.
인천공항 4단계 건설사업 미술작품으로 선정된 19억2550만원 짜리 19.999개의 기와.
인천공항 4단계 건설사업 미술작품으로 선정된 3억3200만원 짜리 ‘하늘로 부터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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